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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정&공연후기

꽃다지공연실황_반격_200104_기독교100주년기념관

by 희망의노래꽃다지 2009. 1. 22.



2000년.. 반 아셈회의 투쟁으로 기억되는 해입니다.
코엑스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 잠실야구장 근처에 쳐진 쓰레기차 바리게이트 앞에서
망연자실 몇시간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릴 때의 참담함..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데 야구장에서 나는 함성보다 작았던 우리의 목소리..
말로 형언하기 힘든 패배감과 분노..

이미 수년간 자행된 노동자에 대한 탄압, IMF이후에 어디 하소연할 수 없이 단행되었던 정리해고..
싸움은 많았으나 계속 피터지며 밀려나기만 했습니다.
막막하기만 하던 그때..꽃다지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하나? 하는 고민 속에 '반격'이라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벼랑 끝에서 노동자 민중이 살아남을 길은 무엇인가?
'반격'만이 우리가 살 길인데 우린 너무 싶게 잊고 지쳐가지 않았나?
그래,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제대로 싸우자는 노래를 만들자.. '반격'하자는 노래를 만들자..
'반격'
그 외에 떠오르는 것은 없었습니다.

몇달 전에 당시 꽃다지 음악감독이었던 유인혁이 이미 '반격'을 만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연주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아 만들고 엎고 또 만들고 엎고.. 잠시 보류했던 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1년 추위가 막 가시기 시작하던 때, 대우자동차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2000년 말. 의원퇴직을 통해서 무려 한달 여 사이에 3,500여명 노동자를 몰아내는 것에 성공을 한 회사가 김대중 정권을 등에 엎고
2001년 1월 15일 1850명에 대한 정리해고 신고 이후, 2월 16일 1,750명에 대한 실질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하였습니다.
16일, 바로 한시간 전까지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던 노조는 협상결렬 직후 해고를 단행하고
17일 사택에는 등기로 해고통지서가 날아듭니다.
정리해고를 늦추고 희망퇴직 등의 방식을 쓸거라고 예측했던 노동자들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다.

초인종이 울리고 도장가지고 나오라는 집배원의 말에 어리둥절해서 나온 노동자 당사자 혹은 그 가족이
우편물 등기수취인란에 도장을 찍는 순간, 정리해고의 절차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일평생 젊음을 바쳤던 나의 공장에서 쫒겨나는 절차는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처절한 싸웠으나
공권력에 의한 진압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무자비했습니다.
그렇게 분노로 시작한 한 해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도 점점 더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유지할 단 한 뼘의 일터를 지키려는 이들에게 돌아온 건
단 하루만에 죽음이었습니다.

무엇을 할까요?
얼마 전에 '일어나길 기다려'를 올렸습니다.
우리 스스로 더욱 넓어지고 깊어져서 이기는 싸움을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제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하나요?

오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은 그저 저 말 뿐입니다.
'반격'
오늘.. 우리가 해야할 행동은 그저.. '반격' 뿐입니다.

<참사현장에서 끌려나오고 있는 철거민/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