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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정&공연후기

[평론 펌] 꽃다지가 억울한 까닭

by 희망의노래꽃다지 2009. 1. 16.

[필살의 라이브]꽃다지 2008 송년콘서트
김형찬 _ 대중음악평론가
꽃다지는 노찾사의 뒤를 이어 17년간 활동해오면서 ‘민중가요의 종갓집’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꽃다지 송년 공연 장면.
▲ 꽃다지는 노찾사의 뒤를 이어 17년간 활동해오면서 ‘민중가요의 종갓집’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꽃다지 송년 공연 장면.

현재 서울지역 민중가요 진영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래팀은 꽃다지와 우리나라, 희망새 등이 있다. 희망새는 부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다가 작년에 상경하여 활동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1999년 결성되어 현재까지 활동중이다. 꽃다지 앞에는 노찾사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면서 민중가요의 대중화에 공을 세웠다. 그에 비해 꽃다지는 1992년에 창단되면서 노찾사의 뒤를 이어 지금까지 노동현장과 집회를 중심으로 투쟁의 노래 또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17년간 활동해오면서 ‘민중가요의 종갓집’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의 공연과는 별도로 매년 일반청중을 위한 공연도 병행해왔는데 올해는 원래 봄, 가을, 겨울 세 번의 공연을 계획했는데 늦어지는 바람에 하반기에 세 번의 공연을 개최하게 되었다. 7월25일과 26일 홍대앞 클럽 로이에서 3회 공연, 10월10일과 11일 홍대앞 클럽 프리버드에서 4회 공연 그리고 12월27, 28일 프리버드에서 4회 공연을 개최하면서 일반 청중을 만나는 기회를 집중적으로 가졌다.

이렇게 연속되는 공연에서 꽃다지는 13곡의 창작곡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2001년 이후 음반이 나오지 않아 그들의 새로운 고민과 음악경향이 궁금했던 팬들에게는 궁금증을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기존의 꽃다지의 <세상을 바꾸자> <반격> <주문> <노래의 꿈> <이 길의 전부> 등과 같이 부조리한 사회속에서 개인의 자각을 거칠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노래들은 잦아들고 일상속에서 개인이 느꼈던 감정이나 고민의 편린들을 조심스레 펼쳐보는 노래들이 주를 이루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수준높은 대중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민중가요 공연을 보러
홍대앞 클럽까지 오는 젊은이들은 무엇을 충족하기 위해 오는 것일까? 꽃다지 7월 공연.
 

어린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노래한 <아이야>(조성일 작사 작곡) 삶에 지친 친구를 위로하는 <친구에게>(정윤경 작사 작곡)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을 돌아보는 <아이야이야예오>(송미연 작사 작곡) 등이 그것이다. 또한 <브레멘 음악대>(고희균 작사 작곡)와 에서는 음악인으로서 꽃다지가 세상속에서 찾고 싶은 희망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촛불집회 과정에서 작곡된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노래 <Hey! Mr. Lee>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현실을 노래한 <Fighter>(조성일 작사 작곡)과 같은 기존 정서의 노래들도 있다. 하지만 <Hey! Mr. Lee>같은 곡을 보면 날선 비판이 아니라 희화적 풍자라는 양식을 채택함으로써 꽃다지의 현실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곡의 경향이 변함에 따라 창법도 조금은 변화가 있었다. 힘차게 내지르던 창법에서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내면을 드러내는 쪽으로 발성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런 변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아쉬움은 여전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수준높은 대중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굳이 일반인들이 지난 시절의 음악으로 쉽게 치부하는  민중가요 공연을 보러 홍대앞 클럽까지 오는 젊은이들은 무엇을 충족하기 위해 오는 것일까? 대중음악보다 출중한 음악적 기량이나 앞서가는 트렌드를 확인하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은 왜 이렇게 엉망이고 희망이 없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더라도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의 실마리 정도라도 얻고싶어서, 또한 자신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음악의 공감을 통해 느끼고 싶어서 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욕구에 직면하는 꽃다지 노래의 가사들은 여전히 막막하거나 추상적이다. “난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아이야이야예오) “그렇게 차별과 상처 두려움에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난 그렇게 가야해”(길위에서) “그래 떠나자 브레멘으로 그곳에서 만들자”(브레멘음악대)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자신도 방황하면서 내면을 성찰하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지만 내용은 추상적이며 지향점도 알 수가 없다. 물론 이것은 꽃다지가 현실에 직면한 솔직한 모습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가사는 대중음악권의 현실비판적, 자아성찰적 노래를 하는 음악인들도 능히 할 수 있으며 그것도 수용자들의 감수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들이 대중음악에 비해 사운드도 평범하며 보컬의 매력도 별로 없으며 가사도 별로 나은 것이 없는 민중가요를 굳이 듣겠는가?

민중가요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새로운 희망으로 실천적인 삶의 전망을
얘기하지 못하고 단순히 현실의 비판이나 막연한 자아성찰에 머무르는 수준으로는
더 이상 대중음악과 구별되는 차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꽃다지 송년 공연.
 

민중가요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하며 새로운 희망으로 실천적인 삶의 전망을 얘기하지 못하고 단순히 현실의 비판이나 막연한 자아성찰에 머무르는 수준으로는 이제는 더 이상 대중음악과 구별되는 차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이 지점에서 꽃다지는 조금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내가 철학자나 사상가도 아닌데 새로운 삶의 전망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냐?” 라고. 억울하지만 답은 “그렇다” 이다. 1980년대에 민중가요가 청중의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노래 속에서 새로운 삶의 전망을 발견하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노래를 만든 작곡가들도 운동권 내의 철학적 사상적 고민을 담은 학습과 현장의 투쟁경험을 통해 새로운 삶의 전망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과거의 시스템과 프리미엄이 사라진 현재 음악인들은 음악적 기량은 물론이고 노래에 담아낼 새로운 삶의 전망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홀로서기라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이것은 물론 음악인만의 문제만은 아니고 진보진영 전체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현실을 직면하고 대안 추구에 몸을 던지지 않고 자신의 수준을 스스로 낮추었던 것이 민중가요 진영이 처한 답보상태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공연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꽃다지 - 길 위에서 꽃다지 - 브레멘의 음악대
 
꽃다지 - Fighter 꽃다지 - Hey Mr.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