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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정&공연후기

[RevoluSong] 꽃다지의 <파이터>

by 희망의노래꽃다지 2009. 11. 17.

프레시안 문화기획 코너 [RevoluSong]에 꽃다지의 노래가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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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1116094517&secti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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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경쟁 사회 아니 전쟁 사회다. 승자독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대한민국처럼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사회가 또 어디 있을까? 어린 시절에는 좋은 성적을 위해 친구들과 경쟁하고 사회에서는 더 많은 월급을 위해 동료들과 경쟁하고 가정을 꾸린 뒤에는 더 넓은 집과 더 큰 차를 위해 온 사회와 경쟁해야만 한다.

늙어서까지도 건강보험을 몇 개씩 들어가며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는 운좋게 경쟁에서 이기면 승자로서 생존을 보장받지만 패배자들은 전쟁의 패잔병처럼 밀려나 하층계급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교육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그저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워야하는 것이 대다수 인민들의 현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경쟁의 패배자들을 구석으로 밀어놓고 손바닥으로 가리는 일뿐이다.

노래패 꽃다지의 신곡 <파이터>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묘사한 곡이다. 참으로 명료한 가사는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이 우리의 피 튀기는 현실을 핍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루종일 싸워야 하고, 두려움과 공포 속에 떨어야 하고, 꼭두각시처럼 걸어가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로마시대의 노예 검투사처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오늘은 사실 행복보다는 행복을 향한 끝없는 몸부림에 더 가깝지 않을런지.

꽃다지의 보컬을 맡고 있는 조성일이 직접 가사와 곡을 쓴 <파이터>는 지난 해 촛불 집회의 거리에서 쓰인 곡이라고 한다. 조성일은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혼돈된 가치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갖도록 부추기는 욕망에 대한 노래'라고 곡을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의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자문해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창작 의도이다.

노래패 꽃다지는 여러 가지 사정상 이 곡을 별도로 녹음하지는 못하고 대신 지난 해 10월 홍대 앞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에서 벌였던 콘서트 실황 버전으로 보내왔다. 덕분에 우리는 <프레시안>의 창작곡 릴레이 발표 작업 가운데 처음으로 라이브 영상을 즐기는 의외의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다. 잘 찍고 잘 편집한 영상은 클럽 라이브의 생생한 질감을 오롯하게 전해준다. 특히 민중음악 진영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고명원의 빼어난 연주는 라이브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역이다.


 

<파이터(Fighter)>

조성일 작사, 작곡

새날이 시작되는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우린 싸워야 하네
지난밤도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죽도록 맞고 터져 돌아와 잠이 들었지
아~
두려움과 공포 속에 지옥 같은 현실 속에
어른들도 총을 들고 아이들도 총을 들고
멍하니 꼭두각시처럼 죽은 자들의 전쟁터로
걸어가네 멈출 수 없지
살기 위핸 싸워야 하네
아~
죽도록 싸워야 하지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싸워야 하지 살아남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판단할 권리란 내게 존재하지 않았어
학교에 들어가도 직장에 들어가도 세상은 침묵 속에서 무릎 꿇라 하지
돈과 돈 속에 나를 죽이고 돈과 돈 속에 내 꿈을 죽이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싸우다 장렬히 전사 하는 게 내 운명인걸
나는야 파이터 파이터 파이터 나는야 파이터 파이터 파이터

많은 이들은 노래패 꽃다지를 집회장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는 모습으로 기억하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래패 꽃다지는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MR 반주의 노래보다는 실제 라이브콘서트를 펼치려 애쓰고 있다. MR반주에 노래를 하는 것은 간편하기는 하지만 같은 노래를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 음악집단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들을 부르는 현장이 어디이건 삶과 꿈이 있는 곳 어디든 찾아가 노래만큼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꽃다지의 모습은 오늘도 한결같다.

올해로 꽃다지가 창립한지 벌써 17년, 한국 대중음악 진영에서 이렇게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음악팀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를 헤아려보면 여전히 풍찬노숙하면서도 고단한 현실을 더욱 예리한 음악언어로 표현하고자 애쓰는 꽃다지의 존재는 그 자체로 감사할 뿐이다. <단결 투쟁가>나 <민들레처럼> 같이 전투적이고 서정적이었던 히트곡에 머무르지 않고, 록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확장을 계속하며 늘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꽃다지는 이 땅에서 싸우는 모든 이들의 가장 든든한 벗이다.

그러니 우리의 필요만큼 이제는 그들의 생활과 음악적 고민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가난과 열악한 공연 환경이 민중가수의 숙명이라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없게 된다면 그들의 노래 앞에 우리는 미안한 마음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17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내일을 위해 그들이 수면 아래 감추고 있는 피땀 어린 물갈퀴질을 더욱 뜨겁게 응원해주기를 부탁드린다.


▲ 노래패 '꽃다지'. ⓒ꽃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