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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침묵하는 그곳 잠을 깨우는 탄원서를 써주세요~

2013년 1월 18일에 한진노동자들에게 걸려있는 158억 손배 관련 재판이 열린답니다. 노동3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파업했다는 이유로 손배소송을 건다는 건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지요. 재판정에 손배가압류 철회를 위한 수백만장의 탄원서를 보내봅시다.
탄원서는 2013년 1월 3일(목) 12:00시 전까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시는 방법은 팩스 051)637-7461

<탄원서 다운 받는 곳>

http://busan.nodong.org/xe/index.php?mid=hero2012&document_srl=364346

 

아래 글은 작년 1월에 민주노동당 기관지에 연재했던 글 중의 하나입니다. 손배가압류 이야기만 나오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질 않네요. 노동자들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 마시고 동참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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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_ 첫번째

 

꽃다지 ‘호각’

민정연(꽃다지 대표)

 

1월 6일 아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출신입니다. 한국 최초의 여자 용접공인 그녀는 1986년에 해고되어 아직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회사는 흑자인데 노동자는 계속 해고되고 있는 한진중공업 문제를 묵과할 수 없어 조합원들에게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한 시간여 동안 자물쇠를 끊고 크레인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참담함을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제 노동자들이 몇 십 미터 고공에 올라간다는 게 새삼스런 일도 아닌데 유난히 신경 쓰였던 것은 그녀가 올라간 곳이 2003년 고 김주익 열사가 돌아가신 바로 그 곳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2003년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해이기도 하지만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해이기도 합니다.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이어지던 노동자들의 죽음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며 조금은 노동자들이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최소한 무조건 노동자를 탄압하지는 않겠지? 라는 막연한 희망이 깨지는 데는 채 몇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맨 앞자리에 배달호 열사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2003년 1월 9일,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배달호라는 이름의 사내가 자신의 몸에 신나를 끼얹고 분신자살했습니다. 그는 조합원 집회 때마다 늘 호루라기를 불며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호루라기 사나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열사의 부인은 ‘빨래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호루라기가 나왔다’고 할 정도로 호루라기를 챙겨 다녔다고 합니다.

 

2000년 12월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을 두산이 인수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점점 힘들어집니다. 이에 맞선 노조의 파업 투쟁에 헌신적으로 임했던 배달호 열사는 부당해고, 징계를 받으며 구속을 당했고 출소 이후에도 재산가압류, 통제, 감시를 받았습니다. 점점 옥죄어 오는 탄압에 결국 분신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파업에 따른 손실을 모두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손배가압류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노동3권을 빼앗겠다는 것과 동일어입니다. 2003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진 무차별한 ‘손배가압류 소송’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됩니다.

 

청춘을 받쳤던 일터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싶었던 늙은 노동자가 느꼈을 절망의 크기를 산 자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시대의 변화에 기대를 걸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부당한 노동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나서는데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은 점점 더 조용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침묵 속에서 현실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열사는 오히려 그 모습들을 보는 게 더 견디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이 숨 막히는 거미줄을 뜯어야 했을 겁니다. 결국 결심이 선 한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 너른 광장에서 새벽녘 홀로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광장을 찾아 조문을 했습니다. 꽃다지도 조문을 하기위해 내려갔었습니다. 그 거대한 공장 안은 검은 깃발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배달호 열사가 온몸을 불태웠던 광장의 자취를 보고 조문을 마친 뒤 수십 번 어금니를 물며 공장의 입구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나오던 길 한 켠에서 여기저기 찢기고 눌려진 낡은 호루라기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호루라기를 주워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혹시 이건 살아생전에 그렇게 배달호 열사가 부르며 다녔다는 그 호루라기는 아닐까? 투쟁을 독려하며 뒤로 물러서려던 현장을 깨우기 위해 입에 단내 나게 불었을 그 호루라기가 아닐까? 거기서 부터 몇 마디의 단어들이 떠올랐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대략의 가사와 짧은 멜로디를 만들었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호각’입니다.

 

꽃다지는 조문을 마치고 올라와서 곧바로 음향장비를 챙겨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의 죽음을 알려야한다. 그가 왜 죽었는지 알려야 한다. 그래서 또 다른 죽음을 막아보자.’라는 마음 하나 가지고, 유난히 추었던 그 해 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배달호 열사가 호각을 불며 조합원들에게 함께 하자고 독려했던 것처럼 마이크 하나 달랑 들고 이 죽음을 기억하고 세상을 바꾸자고 노래했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현중, 이해남, 김주익, 곽재규, 이용석 그리고 더 많은 이름들……. 그 죽음에 대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분은 ‘이제 죽음으로 항거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계속 이어졌고 85호 크레인을 올랐던 김주익 열사도 끝내 두 발로 걸어내려오지 못하셨습니다. 그 해 노동자대회는 많은 열사에 대한 추모의 자리였습니다. 김진숙의 김주익 열사 추모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또 꽃다지가 불렀던 ‘호각’은 노래라기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올해로 배달호 열사 8주기가 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여전히 85호 크레인에서 기약 없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비해 우리들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더 혹독해진 현실에서도 외로이 새벽 광장에 죽은 자들의 호각소리만이 울립니다.

 

며칠 전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 위에서 한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서로서로 잘 지켜줍시다” 이번엔 우리가 그녀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꼭 지켜줍시다. 당신의 마음 담은 말 한마디, 수줍은 발걸음 하나가 싸우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 보태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호각' 공연실황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ubS-TnScvIs

 

<이렇게 불러 보세요>

 

‘호각’은 처음엔 호루라기로 가사와 제목을 만들려다가 노래 멜로디에 어울리지 않아 같은 의미로 쓰이는 ‘호각’으로 바꾸었습니다. 멜로디는 엄숙하고 장엄한 기존의 추모가 형식에서 벗어나 조금은 밝고 힘찬 느낌을 담으려 했습니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멜로디에서는 다르게 접근해 조화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요. 연주도 멜로디를 살려 선이 굵으면서도 어둡지 않게 해보려 했습니다.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악보에 집착하기보다는 먼저 그 노래의 가사를 찬찬히 읽고 상황을 연상해 보세요. 노래의 화자가 되어 어떤 상황에 어떤 마음을 담은 노래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꽃다지 가수들은 이 과정을 ‘그림을 그린다’ 고 표현하곤 합니다.

 

자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며 노래할지 살펴볼까요?

‘호각’은 그날 새벽녘 광장에 서 있었을 열사의 심정과 모습을 그려내며 시작합니다. 1절은 최대한 담담하게 부릅니다. 이어지는 2절은 조금 감정의 톤이 한발 나섰으면 좋겠네요. 답답함과 분노 등의 감정을 1절보다는 증폭시켜서 부르는 거지요. 후렴구는 박차고 나가는 느낌으로 리듬을 좀 더 깊게 타며 시원하게 부르면 좋겠네요. 3절은 간주 이후 다시 감정을 잡고 차분히 부릅니다. 다시 후렴구는 동일합니다. 반복이 4번 이루어지고 있지요. 후렴구 멜로디는 빨라지지 않게 일정하게 유지하며 부르다 4번째에 가서는 조금 더 느낌을 넓히면 좋겠네요.

이 노래는 리듬을 타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후렴구에서 너무 빨라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리듬을 타고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비트가 어느 정도 있는 노래라서 자칫 감정에 푹 빠지다 보면 템포와 리듬이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차분히 곡의 전체 그림을 그리며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주요 멜로디는 부분부분 흐름에 어울리게 살짝 바꾸어서 불러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일 듯합니다.

노래는 반드시 이렇게 불러야한다는 원칙이 없습니다. 요즘 꽃다지에선 이 노래를 이전과 달리 편곡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격정적인 느낌을 자제하고 좀 더 차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부르는 이의 해석에 따라 격정적이게도 서정적이게도 다양하게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불러보시길 바랍니다.

 

호각

조성일 작사, 작곡 / 꽃다지 노래

 

새벽 흐린 광장에 그대 홀로 서있네

오십 평생 일 해온 지난 시절의 기억

한 번도 놓지 않은 호각을 입에 물고

다시 한 번 부르네 새벽어둠을 넘어

 

숨 막히는 작업장 아무 대답도 없네

싸움은 지쳐가고 분노마저 사라져

무너진 현장 위로 조여 오는 칼날뿐

닫힌 나의 가슴은 숨을 쉴 수가 없네

 

길게 우는 호각 소리 깊은 잠을 깨우네

침묵하는 공장 어디에도 깊은 잠을 깨우네

 

검게 물든 깃발은 내 가슴을 흔드네

천둥 같던 그대의 호각 소리 들리네

세상은 그대론데 주저할게 무언가

그대 호각을 이제 내가 입에 물고서

 

길게 우는 호각 소리 깊은 잠을 깨우네

침묵하는 공장 어디에도 깊은 잠을 깨우네

(그대 길게 불어라 깊은 잠을 깨워라

하늘에서 들리네 투쟁의 호각 소리)